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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롯데콘서트홀/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2021.03.11)

<프로그램 해설지>

‘탱고의 혁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

“음악과는 이혼할 수가 없어. 한번 맺어지면 끝이야. 무덤까지 같이 가야 해.”
– 아스토르 피아졸라

“나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둘로 나뉘었다. 하이드일 때는 탱고를, 지킬 박사일 때는 심포니를 작곡한다.” 이 말은 아르헨티나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a, 1921~1992)가 ‘누에보 탕고’(새로운 탱고)의 혁명을 시작하면서 한 말이다. 피아졸라가 활동하던 1900년대 중반만 해도 민속 음악과 클래식을 양손에 쥐겠다는 것은 마치 한복과 턱시도를 같이 입겠다는 말과 같이 들렸다. 탱고는 북적거리는 선술집에서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었을 뿐, 콘서트홀에서 순수한 감상을 위해 연주되는 음악이 아니었다. 그러나 피아졸라는 ‘발을 위한 탱고’를 ‘귀를 위한 탱고’로 바꾸고 싶어 했다.

피아졸라는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의 마르 델 플라타에서 태어났지만, 네 살 때 가족이 뉴욕으로 이주하게 되어 십 대 시절을 뉴욕의 거친 이민자들 틈에서 자라났다. 반도네온이라는 악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뒷골목 건달이 되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아르헨티나로 와서 반도네온을 연주하던 그는 탱고 음악이 선술집의 춤곡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을 넘어서고 싶어 했다. 이미 바흐 음악의 깊이를 체험했고, 스트라빈스키와 라벨의 음악을 맛보았으며, 거슈윈이 재즈와 클래식을 같이 녹여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33세 때 프랑스 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유학길에 오르게 된 그는 파리에서 나디아 불랑제라는 유명한 스승을 만난다. 나디아는 피아졸라가 연주하는 탱고 음악을 들어보고선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피아졸라야! 절대로 그만두지 말게!” 피아졸라는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듯 그때부터 맹렬하게 자신만의 탱고 음악을 계발해나갔다.

피아졸라는 탱고에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5중주, 6중주, 7중주, 9중주 등 다양한 편성을 시도했고, 타악기, 하프, 플루트, 비브라폰, 첼레스타, 전자악기에 이르는 낯선 악기를 탱고에 도입했다. 대통령보다도, 축구보다도, 탱고를 더 사랑한다는 아르헨티나 사회에서 듣도 보도 못한 탱고 음악을 실험한다는 건 주먹이 오고 갈 만큼 위험한 짓이었다. “그건 전쟁이었어!”라고 피아졸라는 회상했다. 전통주의자들이 엄청난 공격을 퍼부었지만, 피아졸라는 굽히지 않았다. <아디오스 노니노> <미친 사람을 위한 발라드> <더블 A의 비가> <반도네온 협주곡> 등을 성공시키면서 결국 피아졸라는 자신이 생각한 ’누에보 탕고‘를 전 세계에 알렸다.

피아졸라의 음악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컸다. 특히 현대 음악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클래식 연주자들, 바이올린의 기돈 크레머를 비롯하여 첼로의 요요마, 피아노의 다니엘 바렌보임, 크로노스 사중주단 등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속속 탱고 음악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샐리 포터 감독의 <탱고 레슨> 같은 영화에서도 그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수많은 드라마와 CF에서도 사용되었다. 이제 피아졸라는 전통 탱고 음악계와 클래식 음악계에서 모두 인정하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했다. 피아졸라야말로 전통과 혁신의 경계에 서서, 온몸으로 변화를 받아낸 사람이었다.

* 모리코네 : 엔니오 모리코네를 추억하며 (강 드보라 편곡)

E. Morricone : In Memory of Ennio Morricone (arr. by Deborah Kang)

이 곡은 2020년에 세상을 떠난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에게 바치는 오마주다. 기억 속에 진하게 남아 있는 3개의 영화 속 명곡을 편곡한 작품이다. <러브 어페어)(Love Affair)는 글렌 고든 카슨 감독이 1994년에 제작한 영화다.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는 피아노 솔로로 흘러나오던 가슴 저리는 곡이다. 1988년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은 그 자체로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헌정작이었다. 불멸의 주제 음악과 사랑의 테마 음악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1986년 롤랑 조페 감독의 <미션>(The Mission)은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명곡을 남겼다. 이 곡에 가사를 붙여 <넬라 판타지아>라는 곡이 재탄생되었고 많은 가수가 즐겨 부르게 되었다.

* 피아졸라 : 신기한 푸가 (임우준 편곡)

A. Piazzolla : Fuga y Misterio for String Orchestra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바흐 음악을 사랑했다. “자신이 누구였으면 좋겠는가?”라고 기자가 묻자 “바흐! 그렇지만 너무 고생하기는 싫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기존의 탱고 음악의 감성을 바흐가 정리한 대위법 구조 속에 담겠다는 생각으로 <전주곡과 푸가> <탱고풍의 푸가> 등의 곡을 선보였다. 1968년에 피아졸라의 곡을 지휘한 파울 클레츠키는 “푸가로 춤을 추고 싶다는 충동을 처음으로 느꼈다.”라며 극찬했다.

이 곡은 원래 피아졸라가 1968년에 초연한 오페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리아> (Maria de Buenos Aires) 중에 나오는 곡이었다. 곡의 완성도가 높아서 독립적인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오페레타를 작곡한 1년 후에 방송된 <새로운 시절>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타이틀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원곡의 편성은 바이올린, 피아노, 반도네온, 플루트, 기타, 자일로폰, 콘트라베이스로 되어 있지만 수많은 편곡 버전이 있다.

* 피아졸라 : 실감 나는 3분

A. Piazzolla : Tres Minutos con la Realidad

1957년에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했다. 당시 피아졸라는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계속 실험하고 있었는데, 루마니아의 작곡가 벨라 버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아서 4시간 만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그는 이 곡을 “탱고 리듬을 가진 토카타(Toccata : 건반악기를 위한 즉흥적이고 기교적인 전주곡)”라고 표현했다.

이 곡에 ‘생생하다’ ‘실감난다’는 뜻의 제목을 붙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통통 튀는 리듬감과 화려한 장식이 어우러져서 청각적으로 매우 생생한 3분의 연주를 느끼게 만든다. 클래식 현악 합주곡으로 애용되는 곡이다.

* 피아졸라 : 천사의 죽음

A. Piazzolla : La Muerte del Angel

천사와 악마는 서로가 있어서 성립하는 대개념이다. 피아졸라는 “우리 내부에는 항상 천사와 악마가 같이 있다”fk고 말했으며, 천사(Angel)와 악마(Diablo)라는 제목을 그의 음악에 즐겨 사용했다. <천사의 밀롱가> <천사의 죽음> <천사의 부활> <악마의 탱고> <악마의 로망스> <악마를 잡아라> 등의 작품을 이어갔다.

이 곡은 1962년에 작곡했으며, 1965년에 ‘천사 시리즈’로 묶어 녹음했다. 역시 푸가풍으로 시작하여 매우 급박하게 전개해 나가다가 중간부터 탱고 특유의 애수 어린 선율로 돌아선 후, 다시 처음의 화려한 선율로 맺는다. 바로크 음악과 탱고 음악의 만남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 피아졸라 : 다섯 악기를 위한 콘체르토

A. Piazzolla : Concierto para Quinteto

파리에서 만난 스승 나디아 불랑제는 피아졸라를 18개월 동안 공부시켰다. “그 18개월은 마치 18년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4성 대위법만 지겹게 했죠.”라고 피아졸라는 회상했다. 파리에서 돌아온 피아졸라는 본격적으로 클래식과 재즈와 탱고를 결합해 나갔다.

1971년, 피아졸라는 유럽으로 훌쩍 여행을 떠난다. 5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새로운 5중주단을 결성하고 새 앨범 <다섯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녹음했다. 이 곡은 약 9분 정도 길이지만 다섯 개의 악기가 마치 클래식의 협주곡처럼 서로 맞물리면서 솔로의 기량을 드러내는 곡이다. 구조상으로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묵직하고 리드미컬한 첫 부분, 느린 변주곡 같은 중간 부분, 그리고 모든 악기가 정열적으로 어우러지는 종결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피아졸라 전성기의 성숙한 작법을 체험할 수 있는 곡이다.

* 피아졸라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A. Piazzolla : Cuatro Estaciones Porteñas

포르테뇨(Porteño)는 ‘항구의 사람들’이란 뜻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이 자신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이 곡은 피아졸라가 바라본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의 사계절 정서를 담은 곡이라 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름(Verano Porteño), 가을(Otoño Porteño), 겨울(Invierno Porteño), 봄(Primavera Porteña)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모로 비발디의 <사계>와 비교하게 만드는 곡이지만, 비발디의 것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모음곡 형태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시기에 작곡된 것을 하나로 모은 것이다.

피아졸라는 1965년에 그의 5중주단을 위한 곡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여름>을 발표했다. 이 곡은 원래 그해에 공연된 알베르토 무뇨스의 연극 <황금 머리카락>(Melenita de Oro)의 배경음악으로 작곡한 것이다. 브라질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피아졸라가 하룻밤 만에 만들어낸 곡이라고 한다. 이후에 그는 가을(1969년), 겨울(1969년), 봄(1970년)을 따로 작곡했는데, 나중에 이를 모아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라고 붙였다.

원곡은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의 5중주 편성이지만 피아노 솔로부터 피아노트리오 버전, 현악4중주 버전, 현악 합주 버전, 피아노 협연이나 바이올린 협연 버전 등 여러 형태로 편곡 연주되는 명곡이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1990년대 후반에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의뢰하여 우크라이나 출신의 작곡자 레오니트 데샤트니코프(Leonid Desyatnikov)가 편곡한 바이올린 솔로와 현악 합주 버전이다.

보통은 작곡된 순서에 따라 여름-가을-겨울-봄의 순서로 연주하는데, 피아졸라 자신은 가을-겨울-봄-여름 순으로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고 한다. 중간중간 인용된 비발디 <사계>의 멜로디를 찾아내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 중의 하나다.

조희창(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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