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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국제음악제 리뷰
(경남도민일보)

[통영국제음악제 리뷰] 음의 취기, 봄날의 판타지여!

지난달 29일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로 시작한 통영국제음악제는 7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끝으로 대장정을 완료했다. 개막 공연과 폐막 공연은 레지던스 연주자인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와 타악기 연주자 마리안나 베드나르스카 그리고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무대였다. 7일 오후 3시 열린 폐막 공연은 2024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의 타악기 협주곡 ‘스피킹 드럼스’를 비롯해 마르크앙드레 달바비의 ‘플루트 협주곡’,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으로 이어졌다.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음악제 마지막 공연 분위기를 전한다.

벚꽃이 정점인 봄날이다. 겨울 동안 제아무리 빗장 걸어놓은 마음이라 할지라도 이 꽃 무리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여럿 있다지만, 바다에 흩날리는 꽃향기를 맡으며 최상의 음악을 듣는 일만큼 멋진 일도 흔치 않다. 매년 봄 통영을 찾아오는 음악 애호가들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난달 29일 베를리오즈 ‘이탈리아의 해럴드’로 시작한 2024년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7일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끝으로 대장정을 완료했다. 폐막 공연을 찾아온 청중도 저마다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첫 곡은 프랑스의 작곡가 마르크앙드레 달바비의 2006년작 플루트협주곡으로 아시아 초연작이다. 플루트와 오케스트라가 음향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소통되는 방식을 보여준 작품이며, 작곡가가 몰두해온 ‘공명'(resonance)이라는 개념을 이해시켜주었다. 햇빛 속에서 수많은 장식이 차랑차랑 빛나는 미지의 사원을 거니는 듯했다. 협연을 맡은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는 올해 상주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바레즈 ‘밀도 21.5’까지 앙코르로 선사하며 절정의 기교를 선보였다.


에마뉘엘 파위 플루티스트가 바르크 앙드레 달바비의 ‘플루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통영국제음악재단

두 번째 곡으로 선택된 헝가리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의 인기작 ‘스피킹 드럼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작곡가로 선정된 외트뵈시는 음악제를 며칠 앞둔 지난달 24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이 곡은 헝가리 거장이 남긴 마지막 선물 상자를 여는 느낌이었다. 그 상자 속에는 온갖 타악기와 인간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까지 뒤섞인 놀이 기구가 들어있었다. 퍼커셔니스트 마리안나 베드나르스카는 스무 개가 넘는 타악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놀이를 즐겼다. 그녀가 앙코르로 들려준 피아졸라의 ‘리베르탕고’ 역시 마림바 편곡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2부는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이었다. 파리음악원 학생 시절에 베를리오즈는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해리엇 스미스슨의 공연을 보고서 그녀에게 푹 빠져버렸다. 1828년에 베를리오즈는 당시의 애타는 경험과 프랑스 혁명기의 역사적 배경을 섞어 5악장짜리 대작 ‘환상교향곡’을 썼다. 곡에는 “어느 예술가의 생애의 에피소드”라는 부제가 있고, 전체 5악장이 각각 단편적인 꿈속의 환상을 다루고 있다.


타악기 연주자 마리안나 베드나르스카와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자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통영국제음악재단

자리에서 일어난 폐막작 연주자들./통영국제음악재단

마르쿠스 슈텐츠가 이끄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베를리오즈의 환상을 악몽이 아니라 한순간의 판타지로 해석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1악장의 고정악상이 등장하는 부분은 아름다워서 슬펐다. 2악장의 왈츠와 3악장의 전원 풍경은 언덕 너머로 너풀거리며 사라진 그녀의 옷자락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위압적인 4악장의 행진곡과 그로테스크한 5악장 역시 다른 연주에 비해 밝고 화려한 기운으로 처리되었다.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마르쿠스 슈텐츠의 지휘가 큰 몫을 했다. 우레와 같은 청중의 박수는 당연한 보상이다.

올해 음악제의 주제어는 ‘순간 속의 영원’이다. 음악은 음표라는 작은 시간 단위를 이용하여 영원을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순간순간 반짝이는 물결이 모여 바다가 되듯, 영원의 비밀은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들에 있음을 통영국제음악제가 상기시켜주었다.

/조희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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