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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손꼽히는 니콜로 파가니니는 개성 넘치는 비르투오소(Virtuoso)의 시대를 열고 낭만주의를 예고했다. 비르투오소는 매우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가진 대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활 하나로 ‘악마의 제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파가니니의 뛰어난 실력을 비록 오늘날에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음악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인문학 산책
파가니니, 악마의 제자로 불린 연주자
(Chief executive 4월호)

“이 남국에서 온 마법사의 연주는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불가사의해진다. 알면 알수록 그의 연주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 멈추는 순간에 파가니니는 연주를 시작한다.”(파가니니의 베를린 공연 후 신문 평에서)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들어서며 음악 현장과 청중의 요구가 달라지고 대중을 위한 공공 음악회의 붐이 시작된다. 유럽의 대도시에는 아마추어 음악가들이 급속히 늘어났고 음악 매체와 평론가들이 북적거렸다.
아직 레코드나 영화가 없던 시절 실연(實演) 음악은 그 자체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으며 자연스럽게 그에 걸맞은 슈퍼스타를 요구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낭만주의의 속성인 ‘열정의 분출’, ‘개성의 발현’ 욕구가 비르투오소라는 스타를 만들어냈다.
비르투오소라는 이탈리아어의 어원은 라틴어 ‘비르투스(Virtus)’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숙련, 탁월, 용감함 등을 뜻하는 말로 원래 아주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이나 학식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했다. 이후 18세기부터 음악에 한정해 사용되기 시작하다가 19세기에 들어 기악이나 성악에서 기교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굳어졌다.
물론 바로크 시대부터 비르투오소는 항상 있었다. 아르칸젤로 코렐리, 주세페 타르티니, 안토니오 비발디,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 같은 이는 바이올린의 명인이었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였으며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트비히 판 베토벤, 요한 네포무크 훔멜 등은 피아노의 달인이었다. 도메니코 카를로 마리아 드라고네티 같은 베이스의 명인도 있었다.
그러나 니콜로 파가니니가 열어젖힌 세계는 그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비쩍 마른 몸에 검은 얼굴과 매부리코, 쏘아보는 눈빛을 지닌 파가니니가 구부정한 자세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악마의 제자’였다. 그의 초월적인 기교는 당대의 음악 팬뿐 아니라 모든 음악가를 전율에 떨게 했다.
특히 1820년에 출판한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치오’는 그 자체로 신화가 되었다. 흔히 기상곡으로 번역하는 ‘카프리치오(Capriccio)’의 어원을 추적하면 염소를 뜻하는 라틴어 ‘카프로(Capro)’와 야생염소를 뜻하는 ‘카프레올루스(Capreolus)’에 도달한다. 야생염소처럼 변덕스럽거나 충동적인 기분과 움직임을 뜻하는 단어다.
바흐 시대부터 사용되던 단어이긴 하지만 이 용어의 정점은 파가니니가 만든 ‘24개의 카프리치오’였다. 이전에는 결코 바이올린으로 가능하리라 생각지도 못한 기법으로 파가니니는 유럽 무대를 점령했다. 음악가들은 기적적이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고개를 절절 흔들었다. 이후 ‘24개의 카프리치오’는 모든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고봉준령(高峰峻嶺)이 되었다.
작곡가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는 “살면서 세 번 운 기억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파가니니의 연주회를 본 직후였다”라고 했다. 프레데리크 쇼팽은 청년 시절인 1829년 바르샤바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파가니니의 추억’이라는 변주곡을 남겼다. 프란츠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서 자극받아 “미쳐 죽든지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든지 하겠다”라고 선언한 뒤 정말 미친 듯이 건반에 매달렸다.
사람들은 파가니니를 두고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했다. 당시 사람들은 기존에 표현해 내지 못하던 기법이나 상상력이 등장할 때 흔히 ‘악마와의 거래’ 또는 ‘악마의 제자’ 등의 표현을 썼다. 사람들은 파가니니가 애인의 정부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있는 동안 악마에게 기법을 전수받았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입에 올렸다. 사실 파가니니 본인도 이런 소문을 좋아했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참으로 파란만장했던 연주자
파가니니는 1782년 이탈리아 제노바 항구의 가난한 부두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마추어 음악가이기도 한 아버지 안토니오 파가니니에게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아버지는 아들이 연습 시간을 채울 때까지 창고에 가두고 문을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혹독하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이 무시무시한 수련을 마친 후 파가니니는 11세 때부터 지방을 돌며 연주하기 시작했다. 17세 무렵에는 이탈리아에서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가 되었다. 나폴레옹의 여동생이자 루카-피옴비노 대공비인 엘리자까지도 그의 연주에 반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서른 살이 되던 1828년부터는 유럽 전역을 순회하며 연주회를 열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슈퍼스타가 된 파가니니는 명성만큼 화려한 여성 편력으로도 유명했다. 초인적인 연주는 청중들, 특히 여인들을 끝없이 매료시켰다. 제노바에서는 어떤 여인과 같이 도주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고 어떤 여인과는 아들을 낳고 헤어지면서 엄청난 위자료를 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도박에 빠져 재산을 탕진하기도 했으며 결핵, 류머티즘, 인후염 등의 질병으로도 고생했다. 여기에 성격마저도 괴팍한 면이 있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었다. 특히 젊어서부터 감염된 매독으로 인해 고생하다 결국 매독 합병증에 후두염이 악화해 1840년 프랑스 니스에서 눈을 감았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음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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